요즘 날이 슬슬 풀리고 이제 정말 봄이 왔나 싶게 연둣빛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주 평일엔 벚나무에서 꽃봉오리가 올라와서 주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주말에 비가 오는 바람에 꽃이 피기도 전에 져버릴까봐 걱정이 먼저 앞섰다. 

다행히 떨어진 꽃망울들은 많지 않았고 벚꽃은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라산 둘레길 트레킹 가기로 한 토요일엔 날이 흐리고 비가 조금 올 것이라고 예보가 있었다. 

우리는 아침에 신산공원에 들러 벚꽃을 먼저 보고, 둘레길에서 동백꽃을 보자고 계획했다. 

(동백길은 중산간 지대에 위치해 서귀포 시내, 해안가 쪽과 다르게 3월 중순, 말에도 동백꽃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벌써 봄이 이만큼 왔지만 겨울과 봄 사이의 꽃구경을 위해 벚꽃과 동백꽃을 하루 안에 보고 싶었다.

 

 

예전에 신산공원 인근에 살았던 터라 약속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공원 주변 산책을 조금 했다. 

 

근처에 살았던 당시 회사가 멀지 않아서 신산공원을 따라 걸어서 출근하곤 했다. 봄에는 특히 벚꽃길이 멋져서 출퇴근 길이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제주에 왔던 첫 해, 첫 봄에 매일 벚나무길을 걸으며 '평생 볼 벚꽃을 다 보는 것 같아' 라며 매일 사진 찍고 매일 즐거워 했다.

신산공원내 벚꽃길 산책로 좋아
신산공원의 봄 가득한 풍경에서 쏘다녀보자

친구와 같이 신산공원 산책로를 한 바퀴 걸었다. 

제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라 다음에 혹시 이사할 계획이 있으면 이 근방도 살기 좋다고 추천해줬다.

동백나무의 빨간 러그 ^^

신산공원에서도 동백을 봤다. 벌써 많이 꽃을 떨군 동백나무.

 

주말 아침이라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전하네 ! ^^ 

 


아침 꽃구경을 끝내고 한라산 둘레길을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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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에서 출발하니, 목적지는 완전 반대편인 서귀포. 1100로를 타고 갔다.

흐린 날이다보니 가는 길에 안개가 잔뜩 꼈다.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며 1시간 만에 4구간이 시작되는 무오법정사 입구에 도착.

중간에 사 온 샌드위치를 후다닥 먹고, 바로 앞에 있는 안내센터에 들렀다. 

안내센터라 해서 뭔가 잘 되어있는 편은 아니었고, 관리실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내부에 계시던 직원 분께서 한라산 둘레길 리플렛을 주시면서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응원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졌다. 

 

동백길입출구는 모오법정사 입구다.

산림휴양길이라고 적힌 길은 차로 이동했고 입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다.

 

출발 직전 밥을 먹어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숲길센터가 위치한 무오법정사 입구에서 12시에 출발 했는데,

도착할 때까지 반대편 (돈내코 입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신 분들을 예닐곱 분 정도 마주쳤다. 

사람이 별로 없는 코스인 것 같기도 하고, 날이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도 그렇고, 봄이라 다들 벚꽃보러 가서 없는 것도 같았다. 굉장히 그럴듯한 세 가지 이유.

 

동백길은 한라산 둘레길 중에서도 4.3과 관련된 장소와 기념물을 많이 볼 수 있는 코스다.

초입에 항일운동지에 대한 설명이 적힌 표지와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다.

 

한라산 둘레길이라고 적힌 입구가 나왔다. 이제부터가 시작인가보다.

 

동백길이라는 이름답게 꽃이 벌써 툭툭 떨어져 있다.

검은 돌과 흙 위로 붉은 꽃이 떨어져 있으니 눈에도 잘 띄고 어쩐지 신비로운 기분.

 

2키로쯤 갔을 때 큰 너럭바위가 멋진 건천을 건넜는데, 두 분이 한 켠에 서서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우리 반대방향에서 오셨을 건데, 나는 벌써 발이 아파서 그 분들이 너무 부러웠다.

자주 신지 않던 신발을 신고 나와서 ㅠ 총 11.3키로를 걸어야 했는데, 1/5도 못 가서 아프기 시작.. 

그 후부턴 정말이지 고통과 고난의 길이었다...(동백길 아니고 수행길이었다..)

 

 

심지어 초반엔 계속 돌 길 + 건천 바윗길의 반복.

힘들었지만 작은 돌로 이루어진 얕은 건천부터 큰 용암바위가 보이는 너른 건천까지 다양한 건천을 만날 수 있었다.

건천은 아니지만 숲 사이에 이끼를 잔뜩 얹은 바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이쪽으로도 비가 오거나 하면 물이 흐르지 않을까 싶다.

그냥 서귀포쪽이 습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한데, 그 정도로 습할까, 모르겠다.

 

지난번에 첫 둘레길 다녀온 곳이 6구간이어서 숲길이었고, 끝에서만 살짝 돌길이 약간 있던 터라 아주 둘레길을 쉽게 봤고, 비가 왔으니 가벼운 러닝화는 젖으니까 (자주 안 신던) 단단한 신발 가져가야지 한것도 잘못된 선택이었다. 

오만과 착각의 콤보 ! 한라산을 아주 쉽게 봤다. 바보.

6구간은 숲길~이고 이번에 간 4구간은 산.길. 돌.길. 이었다.

그래도 같이 간 친구가 계속 옆에서 "할 수 있어! 갈 수 있어!" 하며 기다려주고 북돋아줘서 열심히 걸었다. 

 

한라산 둘레길 6구간 트레킹은 진짜 첫 둘레길 운좋게 갔던거였다. 트레킹 아니고 산책 ^^...

 

제주 한라산 둘레길 6구간 (시험림길) 트레킹

지난 10월 한라산 둘레길 시험림길에 다녀왔던 기록. 먼저 사전조사. 같이 갈 사람이 없었기도 하고 안전히 다녀오기 위해 코스랑 준비물을 계획했다. 먼저 전체 코스 확인. 한라산둘레길 홈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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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길의 동백나무와 꽃길, 그 너머 둘레길 표식이 달려있다

길을 따라 걷는데 나무에 피어있는 동백꽃이 간간이 보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둥글게 모양 잡힌 꽃이 가득한 동백나무가 아니었다. 

다른 종의 나무인 건지? 숲을 걸으면 궁금한게 많다. 

꽃길 사진 너머에 길쭉하게 달린 분홍색 둘레길 표식. 여기도 꽤나 가까운 거리마다 달려있어서 길을 잃진 않겠다.

 

걷다가 발견한 예쁜 동백과 이끼 사이 자란 조그만 새싹들. 귀엽다. 그리고 동그란 버섯도 귀엽다. 독버섯이겠지?

 

건천을 건너면서 또 풍경이 너무 멋져서 사진을 찍었다. 나도 슬쩍 가서 찍고 왔다. 근데, 안 담겨~ 안 담겨~

알지만 찍는다. 

 

5.5km 지점에 도착해서 너무 힘들어서 또 포기하고 싶었다. 하 진짜.. 운동화....

신발은 자주 신던 걸 신어야 한다....  근데 트레킹화가 사고싶어졌다.

제대로된 운동화를 신어야 해~ 하면서 신발 사러 가자는 얘기를 하면서 걸었다. 

근데 저기부턴 돌만 있는 저런 돌 길.. 돌 밭... 돌밭길이 계속 나왔다. 으악.

 

 

검은 돌 사이로 떨어진 동백꽅은 또 다른 느낌으로 예뻤다.

 

웬 벌채된 통나무들이 쌓여있었다. 이제 안되겠다 싶어서 보이는 통나무에 앉아 가져온 쿠키를 먹었다. 하, 당 들어가니 역시 좀 살겠더라.

근데 좀 더 가니 벤치가 나왔다. 

좀 힘들더라도 통나무들이 보이면 조금만 더 힘내서 가보세요.

 

삼나무 군락지 그런데 근처라고 표지판이 써있었던 것 같다.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은 멋져.

벤치 옆쪽이라 사람들이 쉬다 가고 그래서인지 돌탑이 좀 쌓여 있었다. 친구도 돌 하나를 올리고 왔다.

다른 사람들의 정성이 쓰러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다리가 아프니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더니 작은 고사리와 털이 덥수룩한 귀여운 이끼가 보였다. 

 

벤치에서 조금만 더 가면 평상이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다리가 덜 아프면 좀만 더 참고 걸어서 평상에 누워 쉬어도 좋겠다. 참고하세요! 참고, 걸으세요! 

아재개그. 

 

동백길 종점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아직 산 중턱인데?.... 끝이 끝이 아니다.

 

좀 더 걸으니 돈내코 탐방로 안내 표지가 보인다. 난 내려가고 있다구.

종점까지의 거리만 생각하고 걸어왔는데 돈내코 탐방로 입구까지 가야되니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그러던 차에, 흐린날씨지만 탁 트인 시야에 서귀포 시내가 보이는 전경, 그리고 데크로 된 길이 조성되어있었다. 

돈내코 탐방로 입구가 머지 않았다.!

(마음은) 힘차게 내려갔다.  곧 도착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드디어~~ 탐방로 입구 도착~~~ 흑흑 (감개무량)

근데...버스 정류장은 또 2키로를 더 가야한다고 해서 택시를 불렀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길을 못찾겠다며 취소를 부탁하셨다.

(친구는 모르겠지만) 나는 더는 못간다고 파업선언을 하고 둘이 입구에 앉아 쉬었다.

 

마침 안내소에 계시던 분이 내려간다고 하셔서 (6시가 다 되어가던 시간이었다) 아래까지 태워주셨다. 천사!

시내까지 가신다고 했는데, 우리는 택시를 탈 수 있는 도로면 된다고 하고 편의점 인근까지 감사히 타고 내려왔다. 

복 많이 받으세요~

 

편의점 앞까지 오니 택시도 잡혔고, 무사히 차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라산 둘레길은 아무래도 편도로 가다보니 버스나 택시를 타고 왔던 출발지도 가야하는데 적당한 교통편이 없는게 문제다.

버스는 시내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경로뿐이었다. 

택시요금이 엄청 많이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버스도 잘 되어있음 좋았을텐데 싶다.

 


애플와치를 차고 가서 나이키런 앱을 켜고 갔는데 중간에 와치가 꺼졌다.

근데, 핸드폰은 켜져있었더니 걸음 수는 계속 세어져서 나중에 확인하니 3만보... 힘들어죽을뻔할만했네!

 

그리고 와치가 꺼지기 전까지 기록된 나이키런 기록.

다음엔 폰으로 기록하고  보조배터리를 챙겨야 겠다.

 

트레킹하시는 분들 기록 앱으로 트랭글이랑 스트라바 맞나 암튼 요거 많이들 쓰던데, 좀 알아봐야겠다.

나이키런은 러닝 중심앱이다보니. 다른것도 써보고 싶다. 

 


다녀온 한라산 둘레길 포스팅

한라산둘레길 6구간 - 시험림길

 

제주 한라산 둘레길 6구간 (시험림길) 트레킹

지난 10월 한라산 둘레길 시험림길에 다녀왔던 기록. 먼저 사전조사. 같이 갈 사람이 없었기도 하고 안전히 다녀오기 위해 코스랑 준비물을 계획했다. 먼저 전체 코스 확인. 한라산둘레길 홈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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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둘레길 9구간 - 숫모르편백길

 

제주 한라산 둘레길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 트레킹

한라산 둘레길 첫 트레킹, 첫 코스는 6구간 시험림길 제주 한라산 둘레길 6구간 (시험림길) 트레킹 지난 10월 한라산 둘레길 시험림길에 다녀왔던 기록. 먼저 사전조사. 같이 갈 사람이 없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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